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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산사나이 현용권

840평 주말농장에 3평 농막이면 넉넉
욕심을 버리고 흙과 자연을 즐기자
2002.12.15  OK시골에서 퍼온 자료
 
한의사이자 산사나이 현용권(50세)씨는 청정한 기운과 빛을 뿜어내는 산에 매료돼 가평을 즐겨찾다 이곳 경반리에 840평 주말농장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에 500만원 들여 농막을 짓고 주말주택으로 즐겨 찾고 있습니다.


한의사 현용권씨는 강원도 태백이 고향입니다.
눈 뜨면 보이는 것이 산이고, 친구들과 즐겨 오르던 놀이터도 산이고, 학교에서 소풍을 가던 곳도 산입니다.
산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환경인데도 부모님은 늘 노심초사, 산과 가까이하기를 꺼려하셨습니다.

산은 높아도 얕아도 '위험한 곳'이라며 만류하셨기에 대학에 들어가서야 본격적으로 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전국의 유명한 산은 밟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고, PC통신 시절, 하이텔에서 출발한 '산사랑' 모임을 시작으로 수차례 운영을 맡으며 산을 즐기는 것에 앞장섰습니다.

경기도 가평엔 황악산(해발 1,468m)과 명지산 등 산악인이 즐겨찾는 유명한 산들이 있습니다.
계절 따라 온갖 청정한 기운과 빛을 뿜어내는 산에 매료돼 가평을 자주 찾아다니다 1998년 가평군 가평읍 경반리에 840평을 구입하여 주말농장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산에 가야 하는데 땅을 사고 보니 주말 산행을 거르는 때도 많습니다.

가족들과 살고 있는 태능에서 가평까지 주말마다 다니려니 오가는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도 아까웠고, 하루 묵을 곳도 마땅치 않았지만 온가족이 이주해 살 곳은 아니었기에 처음엔 텐트를 치고 주말을 보냈습니다.
따뜻한 이웃 주민의 배려로 어떤 때는 그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가평에 자주 놀러오던 산악회 후배 홍명강씨(37세)는 보다못해 어느 날, 집 지을 자재 등을 잔뜩 짊어지고 방문합니다.
농막이라도 지어 주말마다 편하게 지내라는 말을 하며 40일 만에 지금의 3평짜리 농막 하나를 지어 주었습니다.
합판과 스티로폼을 이용해 벽과 창을 만들며 후배와 여기저기 뚝딱이고 보니 제법 모양새를 갖춘 집다운 집을 세웠습니다.

뒷마당에 재래식 화장실과 창고를 짓는 것을 마지막으로 총 경비가 500만원밖에 들지 않은 저렴한 집이 생겼습니다.
3평의 작은 집이지만 전기패널을 깔아 난방엔 문제가 없는 집, 벌써 이곳에서 주말을 보낸 지 4년을 넘습니다.
후배 덕에 텐트 생활을 3개월 만에 청산하고 사철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한 셈입니다.

500만원에 지은 주말농장의 농막

3년 전 여름 이곳에 갔을 때 널려진 풀을 뽑아 말끔히 정리한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삼겹살을 구워먹었습니다.
밭에서 뽑은 상추며 고추의 상큼한 맛과 장작불에 삶아낸 옥수수의 구수한 맛은 지금도 친구들이 가끔 추억하는 정겨움입니다.
현용권씨는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맞았고, 그 때 그 집도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남들처럼 멋진 전원주택을 지을 생각은 없는지 궁금했습니다.

"여기서 가까운 성안리에 얼마 전 집이 딸린 450평을 마련했어요. 아이들이 좀더 크면 거기 정착하고 싶고, 지금은 세를 주었지요. 그때도 적은 돈 들여 고쳐 살 겁니다."

남들은 주말농장이다 전원주택이다 하면 멋지고 번듯한 집을 떠올리지만 현용권씨는 상주할 집이 아니므로 집에 대한 투자는 자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산행을 해야 하는 때는 매주 올 수도 없으므로 관리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후배의 도움으로 농막이라도 짓고 보니 주말마다 가평을 찾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기만 합니다.

현용권씨가 집을 마련한 터는, 처음엔 한우 농장 자리였습니다.
50평 무허가 건물인 우사가 있어 농지취득 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할 수 없이 우사를 헐어야 했습니다.
우사가 있는 땅을 산 것은 건물이 있던 자리라 수도 전기 등 생활 시설이 편리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아내 고계숙(47세)씨는 집에서 먹는 양념거리만이라도 100% 자급자족하자는 생각에 파, 마늘, 고추 등을 심어 해마다 무공해 식품으로 김장거리를 마련합니다.
친구들과 나누어먹을 과실수도 몇 그루 심어 지난 여름엔 포도도 몇 상자 생겼습니다.
수퍼에 가면 사철 맛볼 수 있는 딸기지만 가평 농장에서 맛보는 텃밭 딸기의 맛에는 견줄 수가 없습니다.
계속 줄기를 뻗어가는 딸기는 초겨울 밭에서도 그 푸른 빛을 띠고 뻗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우스 딸기 맛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3평 남짓 방 안엔 2주 전 널어놓은 고추가 잘 말라 있습니다.
고추를 소쿠리에 담아 밖에 내 놓은 현용권씨는 기자 앞에 신문꾸러미를 펼쳐 보입니다.
바싹 마른 모양임에도 버섯인 것은 한눈에 알아보겠는데, 그 이름은 처음 듣습니다. 가을에 수확한 '큰비단그물버섯'입니다.
낙엽송에서만 나는 것으로, 점성이 강해 일본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버섯이랍니다.

현용권씨 가족은 잡채 만들 때 많이 이용하는데 붉은 빛을 띄는 껍질 때문에 각종 요리에도 잘 어우러진다고 합니다.
익히면 쇠고기 맛과 비슷하여 두루 쓰임새가 다양한 버섯입니다.

살아있는 소나무 뿌리에 공생하며 낙엽을 저절로 썩게 하는 '황소비단그물버섯'은 한의학에서 능이버섯으로 통합니다.
예로부터 고기 먹고 체했을 때의 민간요법으로 즐겨 사용되던 버섯이며, '1 능이, 2 송이, 3 표고'라 부를 만큼 양질의 버섯입니다.
표고버섯을 생으로 먹으면 쫄깃한 맛이 나므로 즐겨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주 많이 먹으면 중독되어 몸에 좋지 않다고 귀띔합니다.

요즘은 야생화에 관심이 부쩍 생겨 이웃에 자주 들릅니다.
가평문화원 공무원인 이웃 아저씨를 통해 야생화를 가까이하면서 쑥부쟁이와 자완 등을 공부해 보자는 모임도 생각중입니다.
가족과 친구들의 양념거리 정도만 생각했던 텃밭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는 낙은 또 다른 기쁨입니다.

나의 것을 나누는 삶

집과 가까운 태능에서 한의원을 개업한 현용권씨는 한방 물리요법을 통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며 1995년, 서울 을지로로 병원을 옮겼습니다.
일터와 집이 그리 멀지 않았고, 가평을 주말농장으로 생각한 것도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가평은 서울과 가까워 지금도 좋은 교통 조건이지만, 몇 년 뒤면 수도권과 연계되는 복선 전철이 완공될 예정입니다.
청량리역을 기준으로 서울과 40분 구간인데 2009년 완공되면 가평의 발전이 한결 빨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평은 공장 지대가 없는 친환경도시입니다.
면적으로는 서울보다 넓지만 인구밀도는 경기도 연천 다음으로 낮고, 재정자립도는 최하위인 곳, 젊은층은 도시로 떠나고 노년층만 남았으며 축산과 민박 운영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도시가 가평입니다.

그곳에 어설프게나마 둥지를 튼 현용권씨는 적어도 내가 적을 두고 살려는 곳에 대해선 자세히 알아야겠다 싶어서 가평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가평 원주민들과 현용권씨처럼 주말농장으로 이용하는 도시인, 이주해 와 정착하며 사는 도시인들을 포함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 사이버 공간에 '가평을 사랑하는 모임(Daum 카페)'을 개설했습니다.
후배들과의 교류도 활발하고, 무엇보다 가평에 대한 자료가 풍성한 곳입니다.

늦가을의 가평은 한여름의 푸른 빛이 잦아들고 농작물도 거두어들인 때라 다소 썰렁했지만 현용권씨는 산행을 하지 않는 주말엔 어김없이 가평을 찾습니다.
찾아갔던 날도 몇 차례 전화가 오가더니 산사랑 선후배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은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부스럭거리나 싶었는데 어느 새 널려진 자재들을 말끔히 치우고 차가웠던 난로에서는 장작불이 이글거립니다.
고기와 푸성귀를 마주하고 술 한 잔을 나누며 백두대간 이야기를 나눕니다.

'산사랑'은 1999년 7월 첫회를 출발로 2003년 8월까지 월 1회 4년 계획의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 진부령에서 지리산까지는 10시간 코스였는데, 베테랑 산사나이들도 다리에 쥐가 났을 정도로 험한 곳이었습니다.

한의사로 산악인으로 주말농장 주인으로…. 여러 몫을 즐겁게 해내는 비결을 물었습니다.
"흙과 자연을 즐기려는 전원생활입니다. 넓은 땅으로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욕심을 버리면 부대끼는 일 없을 겁니다."

한의원에서 생기는 한약 찌꺼기로 비료를 대니 무공해 채소들이 더욱 건강하게 자라 줍니다.
농작물 가꾸는 것도 다 때가 있는데 산행 날짜와 겹치는 때만큼 곤혹스러운 때가 없다고 합니다.
눈에 밟히는 생명체들을 몰라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초보 농사꾼으로서 이웃이 심은 것이면 무엇이든 따라 심었더니 시간에 쫓겨 때를 맞추지 못한 때도 많습니다.
정신적으로 시간에 매이는 것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정성을 들인 농작물을 수확하여 이웃, 친구들과 나눠먹는 즐거움은 더할 수 없이 크다고 합니다.
적은 양이지만 고맙다며, 잘 먹었다며 건네주는 인사 한 마디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다 풀릴 정도입니다.

인생 마흔을 넘긴 사람의 얼굴에서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이 어떠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용권씨는 그 세월의 편안함과 건강한 여정까지 아름답게 느껴지는 분입니다.

■ 글쓴이 : 한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