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에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아지와 아이들, 그리고 철없는 애비 (0) | 2008.10.29 |
---|---|
알림 - 이 학생들은 공부를 잘 합니다. (0) | 2008.10.29 |
오늘도 좀 늦었네요. (0) | 2008.10.21 |
낙서 시리즈 - 기다려 지는 크리스마스 (0) | 2008.10.21 |
낙서 시리즈 - 죽여 버릴꺼얌 (0) | 2008.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