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사랑을 위한 독후감 - 이희찬

길벗공방 2009. 3. 8. 22:22

                  1

    솔로몬의 아가서를 읽으면 술람미 마을 양치는 목동과 포도원을 지키는 처녀 두 사람의 가슴 속에 하얗게 꽃핀 첫사랑이 참 아름답네

    죽음같이 강한 사랑이 되려고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사과 나무를 지나 예루살렘 궁궐로 날아가는 산 비둘기 울음 소리가 들리네

    사랑을 방해하는 모든 사상을 대적하여 화염검을 만들고 생명 나무 동산을 지키듯 오직 한 사랑을 지키는 무화과 속살 같은 심장도 보이네

    이글 이글 불꽃이여 거룩하고 거룩한 불꽃이여 평범한 사람들에겐 참 무섭고도 무서운 사랑이여

    닮아보려고 닮아보려고 애를 써도 흉내낼 수 가 없어서 한평생 감동적인 모범 사랑으로 남겠네

 

                    2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위하는 순결한 마음

쉬임없이 배양되는

한없는 사랑으로

 

내 생명이

당신의 생명이라 해도 좋고

당신의 생명이

내 생명이라 해도 좋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위한 진실한 마음

자꾸 자꾸 커가는

끝없는 사랑으로

 

내영혼이

당신의 영혼이라 해도 좋고

당신의 영혼이

내 영혼이라 해도 좋습니다.

 

이희찬 : 1985년 경향신춘문예에 시"리브울만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한 비망록" 당선.

후기 : 1984년 군 입대 후 그핸지 이듬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파릇한 젊음으로 의무대 행정실에 앉아 밤 깊은 시간에 타이핑으로 신문에서 읽은 이런 시들을 쳤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고1 때 이던가? 난 시인이 되고 싶었다. 정말로. 지금은 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 까지도 나는 끝끝내 내 젊은 시절에 읽고 읽던 시집들을 꼭 이삿짐에 소중히 쌌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 버렸다. 그런데 오늘 문득 서재 한 귀퉁이에 타자기로 찍은, 군 시절에 내가 읽은 시들이 편지지에 묶여 있다. 잠시 추억의 시간이 밀려온다.

나는 아직도 시를 읽고, 시를 쓰고 싶은 것인가? 고1때 박목월 시인의 수필집을 읽을 때가 떠오른다. 시를 쓰는 자질은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넘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던것 같다. 소질이 아니라 시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시를 쓰는 사람의 자질이라고. 내 젊은 한 때를 되돌아 보는 의미에서 타자기로 치던 그 시들을 가끔씩 컴퓨터 자판기로 올려 볼까나!